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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현대차, 오버 더 모빌리티]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혁신 비결을 정리한 콘텐츠입니다. 예로부터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국가가 글로벌 경제의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제조업의 꽃인 자동차 산업은 기술 발전과 수출, 고용의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과거 현대차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였다면 이제는 산업을 이끄는 선두주자(first mover)로 부상했습니다. 글로벌 취재 현장에서 느낀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주소를 그대로 전달해드립니다. 연재는 40회 이후 서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10년도 더 된 일이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한 대기업 총수가 만남을 요청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한 상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법 등을 잇따라 발의하며 '재벌 잡는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였다. 정치권의 시선에서 '재벌가(家)'는 지배구조를 바꾸고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하는 개혁의 대상이었다. 박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개혁의 최전선에 서 있던 인물이다.
그런 박 전 의원을 먼저 만나자고 연락한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서울의 모처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쪽은 정 회장이었다."의원님, 저부터 개혁하시면 됩니다."
의외였다고 박 전 의원은 떠올렸다. 정 회장은 이 자리를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했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이자 그룹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화가 오가며 박 전 의원도 마음이 움직였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둘러싼 정치권과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세세히 물었다. 박 전 의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조직의 정점에 오르면 '아니다'고 말해주는 주변 사람이 거의 없 어진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는 자세, 겸손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 회장은 그러한 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진 리더라는 인상을 받았다."
2019년 서울 용산구 현대자동차 옛 원효로서비스센터 부지에서 열린 '제로원데이'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맨 왼쪽)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함께 전시물을 관람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이날 대화는 정 회장이 위기를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를 향한 비판이나 과제를 회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견해가 다른 인물에 먼저 손을 내밀어 대화를 시도한다.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직시하고 소통으로 해법을 찾아온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잘 드러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4년 기준 대한민국 경제 기여도가 가장 높은 기업 집단이다.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때 현대차는 우리나라 경제를 받치는 버팀목이었다. 이듬해 3월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정 회장은 아직도 '숨겨진 리더'에 가깝다. 다른 국내외 기업인·총수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성향이나 리더십 스타일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본래 성품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엄격함'을 중시해온 현대가 특유의 집안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의 영향력은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인 편이다. 대중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리더인지, 어떤 철학으로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이제 제3자의 시선에서 '숨겨진 리더' 정의선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차례다.
현대가(家) 장손의 무게
정 회장의 진중한 성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세간에서는 그를 두고 '금수저'라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가 짊어진 수저의 무게는 왕관보다 무거웠다. 언론을 비롯한 공식석상에 그의 첫 등장은 할아버지 정주영 선대회장의 장례식에서였다. 장손으로서 영정사진을 들고 행렬의 맨 앞에 선 순간, 공인으로서 그의 삶이 시작됐다.
회사에선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고, 그룹 안팎에서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의 곁을 지켜온 쟁쟁한 부회장들이 늘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고 평가했다. 아버지는 그를 감싸기보다 오히려 더 차갑게 단련시켰다. 임원회의에 참석해 입도 한번 못 떼고 돌아오는 날이 수두룩했다. 정 회장이 상무 시절, 그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한 인사는 이같이 회상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포장마차에서 비서진과 소주 한 잔하는 게 전부였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평가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나마 해외 출장을 가면 잠시 숨통이 트였다. 그때야 겨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여유가 생겼다."
2006년 기아 조지아공장 투자계약식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사진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의선 회장(사진 앞줄 왼쪽)과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가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그는 현대차그룹의 장손으로 공식 데뷔한 이후 25년간 스스로를 증명해왔다. 언론과 대중, 내부 조직 모두 그의 판단과 결정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기아에 스타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기아'의 시대를 연 순간에도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출범시키는 과정에서도 늘 세간의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숨 막히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31만명이 넘는 글로벌 직원을 거느린 거대 자동차 그룹의 수장으로 인정받기까지, 그는 '현대가(家) 장손'이라는 무게를 홀로 견뎌야 했다.
리더십의 원천은 가족
정 회장의 리더십 원천은 가족이다. 한국 특유의 가족 중심 경영구조는 '재벌(Chaebol)'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어냈다. 대주주 일가는 기업의 지분과 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독점하고, 친인척을 중심으로 지배력을 공고히 해왔다. 이 같은 구조는 경영권 세습과 부의 집중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낳기도 했다.
동시에 한국 대기업 집단에서 가족은 '기업을 잇는 축'이자 리더십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가족 내부의 인정은 리더의 권위와 영향력을 강화시킨다. 그래서 재벌가의 분쟁은 곧 기업 전체의 위기로 비화하곤 한다. 상속과 이혼, 형제간 경영권 다툼 등 '가족의 균열'이 드러나며 몰락한 재벌가의 사례는 숱하게 반복돼왔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같은 이슈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현대가에도 가족 간 균열의 시기는 있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장남 정몽구 명예회장과 4남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갈등이 대표적이다. 세간에서는 이를 '왕자의 난'이라 이름 붙이며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었다. 선대의 갈등을 지켜보며 성장한 정 회장에게 가족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 내부 결속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는 가족이 흩어지는 순간 기업도 흔들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2023년 대한민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23년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가 끝난 뒤 정 회장과 그의 아내 정지선 여사, 그의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함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의 두 누나는 이렇게 말했다.
"의선아, 이번 행사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다. 아버지께 꼭 이거(감사 액자와 모형 활) 전해드릴게.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겠다."
잠깐 스치듯 들은 대화 속에선 남매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가 드러났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서로를 편히 대하는 모습은 드라마 속 재벌가의 권위와 거리감 있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정 회장은 가족 간 신뢰와 결속을 리더십의 중요 축으로 삼고 있다. 2018년 아버지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승진을 앞두고 먼저 집안 어른들을 찾아 의견을 구했다. 사실상 그룹의 실권을 쥔 상황에서 모두가 예상하던 승계였지만 그는 가족들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물론 가족 중심의 경영은 한국 재벌 구조가 지닌 한계와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다. 다만 그는 가족의 결속이 흔들리면 기업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가족 간 신뢰를 단단히 하는 것이 곧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 믿고 있다.정의선이 생각하는 '게임체인저'란
2023년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특강을 참관한 이후 소감을 발표하고있다. 사진제공 연세대학교.
2023년 5월 서울 신촌의 한 갈비집.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작은 소주잔들이 연신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정 회장이 40여명의 학생에게 둘러싸여 앉아있다. 이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는 '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라는 주제의 특강이 열렸다. 사실상 정 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수업이다.
특강에 참관한 정 회장은 학생들과 뒤풀이 자리까지 함께했다. 학생들이 돌아가며 소주잔을 채우고, 정 회장은 그 잔을 모두 받았다. 어느새 얼굴이 붉어지고 분위기가 한결 풀렸다. 그제야 학생들은 수업 시간엔 묻지 못한 '진짜'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노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인가요?"
"중국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게임체인저 전략'이란 무엇인가요?"
잠시 생각하던 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도 사실 '게임체인저 전략'이 뭔지 잘 모릅니다(웃음).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있어요. 우리 구성원들이 반드시 그 전략을 찾아낼 거라는 겁니다. 제 역할은 그들이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의 말에는 거창한 담론보다 '조직의 힘'을 믿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과거처럼 리더가 직관과 분석으로 정답을 제시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2025년 현재 기술의 변화 속도는 인간의 판단을 앞지른다. 오늘 정한 정답이 내일은 틀릴 수 있다. 인공지능(AI)에 힘입은 신기술이 시장의 공식을 순식간에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답을 정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최적의 답을 찾아내고 상황에 맞게 전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더 나은 해답을 찾아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집단의 힘이다.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 회장의 '수평적 리더십'에 주목한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해봤어?"라는 한마디는 개인의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과거엔 개인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태도를 강조했다면, 현재를 사는 정 회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게임체인저 전략'이란 집단적 실험과 자율적 혁신이 가능한 '조직의 역동성'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정주영 회장의 리더십은 개인의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성향을 자극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이 그리는 조직은 훨씬 다층적이고 수평적이다.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각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이 시대에 맞는 진정한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서울 신촌 연세대 경영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그가 실패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정 회장의 리더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현대차그룹 계열 협력사 대표와의 만찬 자리에서 정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처음 중국 시장에서의 좌절을 언급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실패는 뼈아픈 일이다. 시장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지 못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건 분명한 실패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는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찾으면 된다."
한때 10%에 육박했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까지 떨어졌다. 중국에선 로컬 전기차 업체들에 시장을 내주며 존재감이 희미해졌지만 현대차그룹은 해외 전략의 중심축을 미국으로 옮기며 반전을 꾀했다. 동시에 인도·동남아시아·중동 등 신흥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밀려났지만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글로벌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가운데) 2024년 인도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이후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의 실패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 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편안의 골자였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이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끝내 좌절됐다. 총수 승계 문제가 걸린 사안이 틀어지자 그룹 안팎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사철에 피바람이 불 것이란 예고성 기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 문책도 책임 추궁도 없었다. 정 회장은 실패를 결과로만 보지 않는다. 실패를 조직의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다시 답을 찾는다.
다음 연재에서는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정 회장의 태도가 현대차그룹의 경영철학과 미래 비전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살펴본다. 동시에 정 회장이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와 풀어야 할 숙제들도 함께 짚어본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기자 admin@slotmega.info
[현대차, 오버 더 모빌리티]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혁신 비결을 정리한 콘텐츠입니다. 예로부터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국가가 글로벌 경제의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제조업의 꽃인 자동차 산업은 기술 발전과 수출, 고용의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과거 현대차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였다면 이제는 산업을 이끄는 선두주자(first mover)로 부상했습니다. 글로벌 취재 현장에서 느낀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주소를 그대로 전달해드립니다. 연재는 40회 이후 서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10년도 더 된 일이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한 대기업 총수가 만남을 요청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한 상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법 등을 잇따라 발의하며 '재벌 잡는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였다. 정치권의 시선에서 '재벌가(家)'는 지배구조를 바꾸고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하는 개혁의 대상이었다. 박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개혁의 최전선에 서 있던 인물이다.
그런 박 전 의원을 먼저 만나자고 연락한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서울의 모처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쪽은 정 회장이었다."의원님, 저부터 개혁하시면 됩니다."
의외였다고 박 전 의원은 떠올렸다. 정 회장은 이 자리를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했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이자 그룹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화가 오가며 박 전 의원도 마음이 움직였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둘러싼 정치권과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세세히 물었다. 박 전 의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조직의 정점에 오르면 '아니다'고 말해주는 주변 사람이 거의 없 어진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는 자세, 겸손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 회장은 그러한 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진 리더라는 인상을 받았다."
2019년 서울 용산구 현대자동차 옛 원효로서비스센터 부지에서 열린 '제로원데이'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맨 왼쪽)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함께 전시물을 관람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이날 대화는 정 회장이 위기를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를 향한 비판이나 과제를 회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견해가 다른 인물에 먼저 손을 내밀어 대화를 시도한다.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직시하고 소통으로 해법을 찾아온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잘 드러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4년 기준 대한민국 경제 기여도가 가장 높은 기업 집단이다.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때 현대차는 우리나라 경제를 받치는 버팀목이었다. 이듬해 3월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정 회장은 아직도 '숨겨진 리더'에 가깝다. 다른 국내외 기업인·총수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성향이나 리더십 스타일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본래 성품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엄격함'을 중시해온 현대가 특유의 집안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의 영향력은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인 편이다. 대중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리더인지, 어떤 철학으로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이제 제3자의 시선에서 '숨겨진 리더' 정의선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차례다.
현대가(家) 장손의 무게
정 회장의 진중한 성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세간에서는 그를 두고 '금수저'라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가 짊어진 수저의 무게는 왕관보다 무거웠다. 언론을 비롯한 공식석상에 그의 첫 등장은 할아버지 정주영 선대회장의 장례식에서였다. 장손으로서 영정사진을 들고 행렬의 맨 앞에 선 순간, 공인으로서 그의 삶이 시작됐다.
회사에선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고, 그룹 안팎에서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의 곁을 지켜온 쟁쟁한 부회장들이 늘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고 평가했다. 아버지는 그를 감싸기보다 오히려 더 차갑게 단련시켰다. 임원회의에 참석해 입도 한번 못 떼고 돌아오는 날이 수두룩했다. 정 회장이 상무 시절, 그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한 인사는 이같이 회상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포장마차에서 비서진과 소주 한 잔하는 게 전부였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평가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나마 해외 출장을 가면 잠시 숨통이 트였다. 그때야 겨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여유가 생겼다."
2006년 기아 조지아공장 투자계약식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사진 뒷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의선 회장(사진 앞줄 왼쪽)과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가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그는 현대차그룹의 장손으로 공식 데뷔한 이후 25년간 스스로를 증명해왔다. 언론과 대중, 내부 조직 모두 그의 판단과 결정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기아에 스타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기아'의 시대를 연 순간에도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출범시키는 과정에서도 늘 세간의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숨 막히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31만명이 넘는 글로벌 직원을 거느린 거대 자동차 그룹의 수장으로 인정받기까지, 그는 '현대가(家) 장손'이라는 무게를 홀로 견뎌야 했다.
리더십의 원천은 가족
정 회장의 리더십 원천은 가족이다. 한국 특유의 가족 중심 경영구조는 '재벌(Chaebol)'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어냈다. 대주주 일가는 기업의 지분과 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독점하고, 친인척을 중심으로 지배력을 공고히 해왔다. 이 같은 구조는 경영권 세습과 부의 집중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낳기도 했다.
동시에 한국 대기업 집단에서 가족은 '기업을 잇는 축'이자 리더십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가족 내부의 인정은 리더의 권위와 영향력을 강화시킨다. 그래서 재벌가의 분쟁은 곧 기업 전체의 위기로 비화하곤 한다. 상속과 이혼, 형제간 경영권 다툼 등 '가족의 균열'이 드러나며 몰락한 재벌가의 사례는 숱하게 반복돼왔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같은 이슈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현대가에도 가족 간 균열의 시기는 있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장남 정몽구 명예회장과 4남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갈등이 대표적이다. 세간에서는 이를 '왕자의 난'이라 이름 붙이며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었다. 선대의 갈등을 지켜보며 성장한 정 회장에게 가족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 내부 결속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는 가족이 흩어지는 순간 기업도 흔들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2023년 대한민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23년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가 끝난 뒤 정 회장과 그의 아내 정지선 여사, 그의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함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의 두 누나는 이렇게 말했다.
"의선아, 이번 행사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다. 아버지께 꼭 이거(감사 액자와 모형 활) 전해드릴게.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시겠다."
잠깐 스치듯 들은 대화 속에선 남매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가 드러났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서로를 편히 대하는 모습은 드라마 속 재벌가의 권위와 거리감 있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정 회장은 가족 간 신뢰와 결속을 리더십의 중요 축으로 삼고 있다. 2018년 아버지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승진을 앞두고 먼저 집안 어른들을 찾아 의견을 구했다. 사실상 그룹의 실권을 쥔 상황에서 모두가 예상하던 승계였지만 그는 가족들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물론 가족 중심의 경영은 한국 재벌 구조가 지닌 한계와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다. 다만 그는 가족의 결속이 흔들리면 기업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가족 간 신뢰를 단단히 하는 것이 곧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 믿고 있다.정의선이 생각하는 '게임체인저'란
2023년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특강을 참관한 이후 소감을 발표하고있다. 사진제공 연세대학교.
2023년 5월 서울 신촌의 한 갈비집.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작은 소주잔들이 연신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정 회장이 40여명의 학생에게 둘러싸여 앉아있다. 이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는 '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라는 주제의 특강이 열렸다. 사실상 정 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수업이다.
특강에 참관한 정 회장은 학생들과 뒤풀이 자리까지 함께했다. 학생들이 돌아가며 소주잔을 채우고, 정 회장은 그 잔을 모두 받았다. 어느새 얼굴이 붉어지고 분위기가 한결 풀렸다. 그제야 학생들은 수업 시간엔 묻지 못한 '진짜'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노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인가요?"
"중국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게임체인저 전략'이란 무엇인가요?"
잠시 생각하던 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도 사실 '게임체인저 전략'이 뭔지 잘 모릅니다(웃음).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있어요. 우리 구성원들이 반드시 그 전략을 찾아낼 거라는 겁니다. 제 역할은 그들이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의 말에는 거창한 담론보다 '조직의 힘'을 믿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과거처럼 리더가 직관과 분석으로 정답을 제시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2025년 현재 기술의 변화 속도는 인간의 판단을 앞지른다. 오늘 정한 정답이 내일은 틀릴 수 있다. 인공지능(AI)에 힘입은 신기술이 시장의 공식을 순식간에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답을 정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최적의 답을 찾아내고 상황에 맞게 전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더 나은 해답을 찾아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집단의 힘이다.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 회장의 '수평적 리더십'에 주목한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해봤어?"라는 한마디는 개인의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과거엔 개인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태도를 강조했다면, 현재를 사는 정 회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게임체인저 전략'이란 집단적 실험과 자율적 혁신이 가능한 '조직의 역동성'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정주영 회장의 리더십은 개인의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성향을 자극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이 그리는 조직은 훨씬 다층적이고 수평적이다.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각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이 시대에 맞는 진정한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서울 신촌 연세대 경영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그가 실패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정 회장의 리더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현대차그룹 계열 협력사 대표와의 만찬 자리에서 정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처음 중국 시장에서의 좌절을 언급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실패는 뼈아픈 일이다. 시장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지 못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건 분명한 실패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는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찾으면 된다."
한때 10%에 육박했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까지 떨어졌다. 중국에선 로컬 전기차 업체들에 시장을 내주며 존재감이 희미해졌지만 현대차그룹은 해외 전략의 중심축을 미국으로 옮기며 반전을 꾀했다. 동시에 인도·동남아시아·중동 등 신흥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밀려났지만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글로벌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가운데) 2024년 인도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이후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의 실패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 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편안의 골자였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이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끝내 좌절됐다. 총수 승계 문제가 걸린 사안이 틀어지자 그룹 안팎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사철에 피바람이 불 것이란 예고성 기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 문책도 책임 추궁도 없었다. 정 회장은 실패를 결과로만 보지 않는다. 실패를 조직의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다시 답을 찾는다.
다음 연재에서는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정 회장의 태도가 현대차그룹의 경영철학과 미래 비전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살펴본다. 동시에 정 회장이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와 풀어야 할 숙제들도 함께 짚어본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기자 admin@slotmega.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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